작가노트 #17 – 수종시유(水鍾詩遊)
수종시유, 30.7×45.5㎝, 한지에 수묵담채, 2021
해배이후 고향으로 돌아온 정약용은 자신의 저작물 중에 경학중심으로 신작, 김매순, 홍석주와 돌려보면서 토론을 하였다. 홍석주는 정약용의 저술에서 과격한 표현과 논거 상의 오류를 지적했고 여러 책들을 소개했는데 염약거의 책을 소개받고 그 논증의 해박함과 정밀함에 큰 충격을 받아 자신의 「매씨서평」을 없애도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홍석주의 동생인 홍현주는 정조의 부마로서 시에 뛰어났다고 평가받는데 정약용이 사는 마재를 자주 찾아온 인물이다. 1831년 10월 16일에 홍현주가 마현으로 찾아와 수종사 가기를 원했는데, 70세인 정약용은 노쇠하여 따라가지 않고 차남 정학유와 초의선사가 같이 갔다. 이날 밤 정약용과 홍현주가 오엽정에서 모이고 함께 숙박을 하였다. 이들의 수종사 유람은 「수종시유첩」에 홍현주가 그린 그림과 함께 지은 시가 남아 있다.
그림은 홍현주가 그린 「수종시유첩」의 그림이 보이는 현장을 답사하여 풍경을 그렸다. 또한 등장인물이 2인이 아닌 홍현주, 정학유, 초의선사 3인을 그려 수종사를 향해 가는 장면을 담았다. 홍현주의 그림이 즉흥으로 그려져 불안정한 요소들을 개선하였는데 특히 수종사가 있는 산자락만 그린 시야를 더 폭넓게 잡아 운길산 일대의 산세를 추가하여 안정감을 부여하고 여유당과의 연계성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였다.
다산을 중심으로 파생된 인연들이 만들어낸 학문 교류의 결과가 조선 후기의 경학 연구에 중요한 영향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다산이후의 유대관계를 그려 보는 작업은 큰 나무에 가려 잘 조명되지 않았던 근대로의 연결 지점들을 더 자세히 살피는데 의미가 있다.
–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