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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11 – 형암설재(炯菴雪齋)

형암설재, 36.7×53.5㎝, 한지에 수묵담채, 2021

열 손가락이 동상에 걸려 손가락 끝이 밤톨 만하게 부어올라 피가 터질 지경이라도 책을 빌려달라는 편지를 써 보내고, 풍열로 눈병에 걸려 눈을 뜨지 못해도 실눈을 뜨고 책을 읽던 그의 처절한 집념과, 서얼이라는 신분의 한계 속에서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맑은 삶을 살았던 자취, 그리고 스스로를 책만 읽는 멍청이(간서치看書癡)라 부르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 이덕무의 항심(恒心)이 아름답고 위대했다. 가슴 속의 한을 부단한 노력으로 승화시킨 그의 숭고한 삶의 자세가 밤하늘의 별빛같이 반짝거린다.

그림은 눈 내린 겨울밤, 추위를 견디며 글공부에 여념이 없던 이덕무가 얼어 죽었을까봐 새벽에 눈을 쓸어주며 안부를 묻던 이웃 노인에게 글 읽는 소리로 무사함을 알려 주었다던 「이목구심서」의 기록을 바탕으로 구성하였다.

다음의 글은 혹독한 시련을 버텨낸 그의 내면세계를 잘 보여준다.

차라리 백 리 걸음 힘들더라도
굽은 나무 아래에선 쉴 수가 없고
비록 사흘을 굶을지언정
비스듬한 쑥은 먹을 수 없네.

–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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