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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13 – 다산초당(茶山草堂)

다산초당, 64×86.8㎝, 한지에 수묵담채, 2021

다산은 1808년 귤동마을 뒤 다산 중턱의 초당으로 거처를 옮겼다. 원래 유자(柚子)동산이 있어 귤동(橘洞)이라 불리던 이곳은 귤림처사 윤단(1744~1821)의 별장이다. 이곳에서 친지와 제자들의 도움을 받아 조경을 하고 건물을 더 지었다. 절망과 고난의 시기를 제자들과 함께 이겨내며 희망의 시간들로 채워갔다.

서편 병풍바위아래 시냇물이 샘솟고 그 곁에 작은 초가 한 채가 호젓하다. 일천 그루의 소나무가 주위를 에워싼 초당 옆 작은 못에는 석가산을 세우고, 그 주위에 사계절 연이어 피는 여러 꽃들을 심었다. 다산은 초당의 아름다운 경물들을 하나씩 시로 읊어 다산팔경과 다산화사를 지었는데 매화와 도화, 동백과 모란, 작약과 수구화, 왜석류와 치자, 백일홍과 월계화, 접시꽃과 국화 등과 약초로 자초와 더덕도 있었다. 돌로 샘물을 고이게 하여 미나리를 기르기도 했다. 다산은 초당의 안정된 삶을 토대로 위대한 연구와 저술활동을 이루었다.

그림은 초의선사의 다산초당도를 기본으로 하였고 다산팔경사와 다산화사의 글들을 통해 더 구체화하거나 첨가, 또는 강조하였다.

산허리를 경계로 가림벽이 시원하니
봄빛은 변함없이 그림으로 그려낸 듯.
어여뻐라 온 시내에 새 비가 개인 뒤에
작은 도화 몇 가지 어여쁘게 붉게 폈네.
響牆疏豁界山腰 향장소활계산요
春色依然畫筆描 춘색의연화필묘
愛殺一溪新雨後 애살일계신우후
小桃紅出數枝嬌 소도홍출수지교

-「다산팔경사(茶山八景詞)」 8-1, 「담장에 하늘대는 복사꽃(拂墻小桃)」

산집의 주렴 위로 물결무늬 잘게 이니
다락 머리 버들가지 비쳐 보인 것이라네.
바위 비탈 흩날리는 눈발은 아니거니
봄바람 버들솜 불어 못을 희롱 하는 걸세.
山家簾子水紋漪 산가렴자수문의
照見樓頭楊柳枝 조견루두양류지
不是巖阿有飛雪 불시암아유비설
春風吹絮弄淸池 춘풍취서롱청지

-「다산팔경사(茶山八景詞)」 8-2, 「주렴을 치는 버들개지(撲簾飛絮)」

황매(黃梅) 시절 보슬비가 가지 끝을 적시면
일천 점의 동심원이 수면에 엇갈린다.
저녁밥 두어 덩이 일부러 남겼다가
난간에 홀로 기대 새끼 고기 밥을 주네.
黃梅微雨著林梢 황매미우착림초
千點回紋水面交 천점회문수면교
晩食故餘三兩塊 만식고여삼양괴
自憑藤檻飯魚苗 자빙등함반어묘

-「다산팔경사(茶山八景詞)」 8-4, 「보슬비에 물고기 먹이주기(細雨飼魚)」

바람 잔 연못은 거울 간 듯 매끈한데
이름난 꽃 기이한 돌 물 가운데 많이 있네.
돌 틈에 병두국을 욕심스레 보자 하니
고기 뛰어 물결 일까 몹시도 겁난다네.
風靜芳池鏡樣磨 풍정방지경양마
名花奇石水中多 명화기석수중다
貪看石罅幷頭菊 탐간석하병두국
剛怕魚跳作小波 강파어도작소파

-「다산팔경사(茶山八景詞)」 8-6, 「못물에 비친 국화(菊照芳池)」

눈 희끗한 응달 비탈 돌 기운 해맑은데
높은 가지 지는 잎서 새로운 소리 난다.
언덕 가득 여린 대는 오히려 남아있어
서루(書樓)의 세밑 정취 머물게 하는구나.
淺雪陰岡石氣淸 천설음강석기청
穹柯墜葉有新聲 궁가추엽유신성
猶殘一塢蒼筤竹 유잔일오창랑죽
留作書樓歲暮情 유작서루세모정

-「다산팔경사(茶山八景詞)」 8-7, 「언덕 전체에 푸른 대(一塢竹翠)」

작은 시내 휘돌아 멧부리를 감아 안고
푸른 수염 붉은 비늘 만 그루가 곧추섰네.
거문고 피리 소리 들끓는 곳 이르니
하늘 바람 불어와 온 집이 서늘하다.
小溪廻合抱晴巒 소계회합포청만
翠鬣紅鱗矗萬竿 취렵홍린촉만간
正到絲簧聲沸處 정도사황성비처
天風吹作滿堂寒 천풍취작만당한

-「다산팔경사(茶山八景詞)」 8-8, 「온 골짝의 소나무 파도소리(萬壑松濤)」

작은 못은 참으로 초당의 얼굴인데
중앙에 세 봉우리 석가산을 세웠구나.
온갖 꽃들 철을 따라 늘 섬돌을 둘러 있어
물속에 아롱다롱 자고 무늬 어른댄다.
小池眞作草堂顔
中起三峯石假山
差次百花常繞砌
水心交纈鷓鴣斑

-「다산화사(茶山花史)」 20-2

동백나무 촘촘해서 푸른 숲을 이루니
서갑(犀甲)에 모서리 진 학정(鶴頂)이 우거졌다.
봄바람을 위하여 꽃이 눈에 가득하니
작은 뜰 그늘에서 멋대로 피고 지네.
油茶接葉翠成林
犀甲稜中鶴頂深
只爲春風花滿眼
任他開落小庭陰

-「다산화사(茶山花史)」 20-6

초당 앞에 나무 하나 어지러이 잎만 돋고
가지 끝에 붙어 있는 꽃망울도 하나 없네.
지난해 동산지기 잘못하여 솎았는데
꽃 피어 살펴보니 다름 아닌 수구화라.
一樹當樓葉亂抽
都無蓓蕾著枝頭
前年枉被園丁斸
待到花開是繡毬

-「다산화사(茶山花史)」 20-9

부양(膚癢)은 『화경花經』에서 자미화(백일홍)라 하는데
한 가지 활짝 피면 한 가지는 시든다네.
꽃 없을 때 두고 보려 동산에 둔 것일 뿐
세상 드문 꽃이어서 심은 것은 아니라네.
膚癢於經是紫薇
一枝榮暢一枝衰
直緣承乏編園籍
不是孤芳絶世稀

-「다산화사(茶山花史)」 20-12

접시꽃 잎새마다 산들바람 불어오니
때가 되면 모름지기 일장홍(一丈紅)을 보겠구나.
이제부터 꽃다운 맘 해님만을 바라볼 뿐
버들 그늘 속에는 뿌리조차 들이잖네.
戎葵葉葉拂輕風
時至須看一丈紅
自是芳心知向日
孤根不入柳陰中

-「다산화사(茶山花史)」 20-14

남쪽에서 온 제비 지혜가 있어
둥지 엮음 반드시 뱀을 피하네.
어여쁜 모습이야 비록 없어도
지극한 정성이야 어이하겠나.
박대해도 오히려 사모하는 듯
걱정 깊어 지켜주길 바라는 듯 해.
생성에서 사물 이치 깨닫게 되니
떠돌이로 집도 없음 부끄럽구나.
越鷰有智慮 營巢必辟蛇
縱無嬌艶質 奈此至誠何
恩薄猶依戀 憂深望護訶
生成見物理 漂泊愧無家

-越鷰巢於堂上, 屢塗屢毁, 退丐屋梠. 憐而許之, 感作一詩.

예쁜 못가 초가집이 다만 쓸쓸하기에
지난 해 부터서는 대 가꾸고 솔 심었지.
티끌세상 잊고 사니 모두가 취객이요
산중에 들르는 이 참선하는 승려라네.
외람되이 가구(佳句)로 소식(蘇軾)과 맞겨루고
잔경(殘經)을 붙들고서 정현(鄭玄)을 논박하지.
한 그루 매화가 이렇듯이 해맑아
향 사르며 흰 구름 가 단정하게 앉아본다.

芳池草閣只蕭然 糞竹栽松自去年
塵裏相忘皆醉客 山中忽過是枯禪
猥將佳句方蘇軾 謾挹殘經駁鄭玄
一樹梅花淸似許 燒香端坐白雲邊

-「매화(梅花)이월십오일(二月十五日)」 3-3

–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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